메트로폴리탄미술관 정면에 한인작가 이불 작품 전시
“부패한 생선과 여성의 나체.” 체제 반항아이자 약점을 장점으로 승화하는 작업에 집중한 작가 이불(60)이 한인 예술인으로는 처음으로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하 메트)의 상징적 장소인 정면 외벽에 조각 작품 4점을 전시했다. 이 작가는 12일 메트에서 열린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공공미술인 점을 고려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작품이 하는 이야기를 여러 각도서 볼 수 있게 기획했다”며 “강렬한 인상보다는 다양한 변주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메트는 2019년부터 매년 건물 정면 외벽 4곳을 장식하기 위해 현대미술관 작가를 선정해 작품 설치를 의뢰하는데, 지난해의 대상자가 이 작가였다. 외벽은 1902년 건립 당시 조각상용으로 만들었지만, 비어있던 곳이다. 이날 공개된 이 작가의 작품 4점은 2025년 5월 27일까지 관객들을 만나게 된다. 4점 모두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 제작됐다. 2점은 이불 작가의 ‘사이보그’ 시리즈의 일환이며, 2점은 동물을 묘사했다. 이들을 아우르는 전시작품 제목은 ‘롱테일 헤일로(Long Tail Halo)’다. 사이보그 시리즈 2점은 20세기 초반 입체파나 고대 그리스 조각품의 분위기도 담았다는 평이다. 이 작가는 “메트를 수차례 방문했다”며 “무의식적으로라도, 이번에 공개한 작품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 설치 장소가 일반적으로 서양에서 ‘수호신’을 모신 곳과 유사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1964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난 이 작가는 1980년대 후반부터 주류를 전복하는 작품을 공개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기술 발전 및 여성 문제 등에 대해 나체 퍼포먼스, 영상, 조각, 회화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활동했다. 1997년에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부패한 생선을 여러 방식으로 장식한 ‘장엄한 광채’를 전시해 큰 이목을 끌었다. 이후 1999년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 동시 출품 및 특별상 수상 등 존재감을 드러냈다. 강민혜 기자메트로폴리탄미술관 한인작가 전시작품 제목 조각 작품 작품 설치